몇 달 전부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.
내 메모 앱(Obsidian이라는 도구)을 Claude라는 AI가 자동으로 관리하게 만들었다. 그것도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도 돌아가도록.
친구한테 말하면 뭐 하는 거냐고 할 것 같아서 잘 안 말하는데, 이게 생각보다 꽤 편하다. ㅎㅎㅎ
Obsidian이라는 도구가 있다. 마크다운 기반의 메모 앱인데, 노트들이 서로 연결되고 내 컴퓨터 로컬에 저장된다. 처음에는 그냥 업무 노트 정리용으로 쓰기 시작했다.
그런데 Claude Code라는 걸 연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.
Claude Code는 AI가 직접 파일을 읽고 쓰고 편집하는 개발 도구인데, 이걸 Obsidian 볼트(저장소)에 붙이면 AI가 내 노트들을 읽고 관리할 수 있다.
처음에는 단순하게 쓰다가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.
이제 내 시스템은 이렇게 돌아간다.
아침 4시 8분에 Claude가 자동으로 깨어나서 업무 브리핑을 만든다. 어제 진행 중이던 일들이 뭐가 있는지, 오늘 마감인 건 없는지, 전날 대화 중에 결정한 것들이 있으면 정리해서 노트로 남긴다.
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 브리핑 노트를 읽으면서 오늘 뭘 해야 할지 파악한다.
그리고 저녁 6시에는 볼트 재정비를 하고, 6시 30분에 인덱스를 갱신하고, 7시에 볼트 수리를 한다. 이 모든 게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알아서 돌아간다.
참 묘한 건, 이게 점점 AI가 나를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거다.
Claude는 내가 했던 대화들을 정제해서 기억하고, 내 업무 스타일이 어떤지, 어떤 형식을 선호하는지, 어떤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context-memory.md라는 파일에 정리해 놓는다. 그리고 다음 대화를 시작하면 그걸 먼저 읽고 나와 이야기한다.
사람으로 치면 비서가 인수인계를 완벽하게 받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.
물론 완벽하진 않다.
가끔 내가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내용을 노트에 써놓거나, 없는 수치를 창작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는 혼내줘야 한다. ㅎㅎㅎ 그래서 verifier라는 검증 에이전트도 만들었다. 노트가 생성되면 다른 Claude 인스턴스가 그 내용을 검토해서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구조다.
AI가 AI를 검증하는 구조인데, 좀 웃기긴 한데 실제로 효과가 있다.
이 시스템 덕분에 요즘 머릿속이 좀 가벼워진 것 같다.
기억해야 할 것들을 내가 직접 다 챙기지 않아도 되니까. 어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, 저번 주에 뭘 배웠는지, 이 사람이 누구였는지 내가 기억 못 해도 Claude가 노트에서 찾아준다.
물론 이게 좀 의존하게 되는 느낌도 있다. 기억하는 근육이 약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고.
근데 아직까진 편한 게 더 크다.
앞으로 이 시스템을 쓰면서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가끔 이야기해보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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